물론 어른들 중에도 사십살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긴 하지만, 외계인 지구 정복기

처음 검도를 등록하고 일주일 정도 같은 시간에 한 남자아이가 있었다. 우연히 같은 날 등록해서, 또 우연히 사람 없는 시간대에 둘이서 하게 됐는데 난 워낙 자유로운 영혼이라 시간대를 마음대로 갔다가 다시 세시 반 타임으로 복귀했더니 그 아이가 없었다. 혼자 하는 게 뻘쭘해서 걔 어디갔냐고 물어보니 사범님은 내가 먼저 배신 때려서 걔도 다른 시간대에 오나보다며 웃었다. 그리고 한 2주 후 또 세시 반에 갔다가 왠지 할 말도 없고 뻘쭘해진 내가 그 애 요새는 다른 시간에 오냐고 하자 그만뒀다고 했다. 한 달도 안 돼 그만둔 이유인 즉슨, 애가 마흔, 쉰, 예순으로 가는 수를 잘 못 세서 그걸 한글을 쓰며 가르쳐 줬더니 사나이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갔고, 매번 진도는 안 나가고 같은 동작만 반복시켜서 그게 또 자존심이 팍 상했는데, 그 말을 들은 아이 엄마가 우리 애는 잘 하는데 왜 그러냐, 왜 쓸데없이 숫자를 가르쳐서 애 자존심을 꺾어 놓느냐, 우리 애는 잘 하는 수영을 할 테니 검도 따위는 그만두겠다고 했다는 거다. 뭐, 나도 가끔 사범님 말이 너무 내뱉는 말투라 '...저 꼬마 기분 나쁘겠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을 정도라서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고, 검도를 안 해본데다 아들 말 밖에 안 들리는 아줌마 입장에서는 반복만 하는 게 납득이 안 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초등학교 5학년이 서수를 모른다는 건 자존심 이전의 문제인 것 같지 말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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