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우리나라 4대 거짓말이라는 유머를 본 적이 있다. 노인들의 늙으면 죽어야지, 노처녀의 저 시집 안 가요, 상인들의 밑지고 파는 겁니다, 교장 선생님의 에~ 마지막으로. 하지만 요즘은 5지선다형 시대니까 난 하나를 더 추가해서 5대 거짓말을 만들어 보고 싶다. 바로 엄마들이 하는 대학 가면 살도 빠지고 이뻐져. ...지금 생각하면 코웃음이 나오는 말이지만, 한때 씨 채로 포도(or수박)를 먹으면 배에서 포도가 자란다는 말을 믿고 포도를 못 먹었던 순진한 나님은 저 말을 또 철썩같이 믿었다. 아니, 기적(?)을 믿고 싶었던 건지도. 하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고, 대학을 입학하고 졸업까지 한 지금도 나는 여전히 키도 작고 오동통하고 가슴도 작아서(...) 유아체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목소리도 예쁜 아가씨 목소리와는 삼백만광년쯤 떨어져 있다.
내가 하악거리는 것 중 하나는 길고 하얗고 예쁜 여자손(남자는 투박하고 커야 함ㅋㅋ약간의 굳은살 OK. 완전 까다로운 취향ㅋㅋ)인데, 다른 곳들이 아직도 아동기를 벗어나지 못한 내 몸에서 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짜리몽땅하고 오동통하고 손톱도 둥글넙쩍한 손이라 마음에 들지 않고, 네일아트 사진들 보며 예쁘다 감탄은 하지만 나는 손 자체가 시ㅋ망ㅋ이라 시도해 본 적은 없다. 헐헐, 얼굴은 현대마법(?)의 도움으로 변할지 몰라도 내가 아쉬워하는 손과 키는 정말 마법이라도 개발되지 않는 이상 늘릴 도리가 없으니 그저 눈물이 앞을 가릴뿐이다.
아무튼 이런 부분에선 나의 변태적 취향을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라 언젠가 고모 손을 보고 예쁘다 예쁘다 난리를 피우자, 고모는 예뻐지고 싶으면 노력을 하라고 했다. 손톱 자체가 짜리몽땅해도 목욕하면서 큐티클 같은 것도 제거하고, 계속 뒤로 밀어주면 손톱이 길어지고, 깎을 때도 넓적하지 않게 끝을 모아주면서 깎으면 나중에는 이뻐진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때, 애들이 큐티클 제거랍시고 커터칼로 자기 손톱을 득득 긁는 엽기적인 행각(!)을 펼치는 걸 자주 봤는데, 정작 하는 애들은 안 아프다고 했지만 난 여태 무서워서 시도도 못해봤다. 음, 노력이라;; 근데 정말 내가 하기엔 무서운데. 별 수 있나. 지가 못하면 돈을 주고 사람을 사야죠.
예쁜 손에 대한 욕망으로 한 1년 반 전에 큰맘먹고 네일샵이라는 곳을 한 번 찾아가 봤다. 그냥 기본 관리와 손마사지만 받기로 하고 손을 맡겼는데, 우와. 조낸 아파. ㅠㅠㅠㅠㅠㅠㅠㅠ 과거 면도칼 좀 씹으셨을 것 같은 사나운 인상의 언니가 내 큐티클을 열심히 제거 하는데 정말 울 뻔했다. 그 언니는 내가 겁이 많다는 둥, 큐티클 제거가 처음이라 아플 거라는 둥. 근데 나중에 따뜻한 수건으로 손을 닦아주는데! 이 여자야! 피나잖아!!!! ㅠㅁㅠ 내가 놀라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으니 자기도 앗차 싶었는지, '어머, 뭐가 묻었나' 이러는데, 묻은 것 같은 소리 한다. 핑계를 대려면 좀 더 머리를 쓰세요. 그거 제 손에서 나는 피거든요. 저 바보 아니거든요. =_= 무려 다섯 손가락 중 세 손가락에서 피가 나. 평소 같으면 속으로는 눈물이 나도 무심한 듯 시크하게 피 나네요, 라고 가볍게 한 마디 날려줬을 텐데, 당시의 난 정말 너무 놀라서(피 공포증(?) + 그딴 것도 거짓말이랍시고 지껄이는 뻔뻔함에 어이없음) 아무 말도 못했다. 물론 받을 돈은 다 받더이다. 당신, 어디 가서 굶어죽진 않을듯.
어쨌든 큐티클 제거는 받을 당시에도 아팠지만, 그건 그 후 이틀동안 펼쳐질 지옥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물 묻을 때마다 느껴지는 쓰라린 고통. 제길, 저 같이 손에 직접 물묻히며 사는 천민은 네일도 받으면 안 되나요ㅠㅠ 손톱 관리는 빅사이즈 다이아몬드 반지 끼고 손가락 까딱거리면서 아줌마 부리는 싸모님들만 받으라 이겁니까ㅠㅠㅠㅠ 으흑.
그 후로 전 패션 밸리에서 손 이쁜 언니들이 올린 네일 사진으로만 만족하고 있다 뭐, 그런 훈훈한 이야기 되겠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 후로는 내 손 이쁘게 만들어보자는 생각따위 해본 적 없구요, 네일샵도 그 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하하하. 한 5년쯤 지나면 이 트라우마가 없어져 저도 이쁘게 네일 한 번 받아볼 수 있게 될까요.
- 2010/06/1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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