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귀신이 산다.

 

현관에 달아놓은 등은 자고로 집의 불을 모두 끄고 신발 끄고 나갈 때, 하루의 용무를 마치고 컴컴한 집에 들어왔을 때를 위한 것이거늘, 우리집 현관등은 도무지 제 할일을 하지 않는다. 좀 불편하긴 하지만 없는대로 살만하니 그냥 그대로 두었더랬다.

어느 날 새벽에 눈을 감고, 잠이 들락말락하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현관불이 켜져 있었다. 순간 누가 들어온 건가 싶어 오싹했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아서 그냥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그날뿐만이 아니었다. 며칠 후, 새벽에 또 이상한 기분이 들어 눈을 떠보니 이번에도 불이 켜져 있었다.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지만 계속 밝은 게, 시간을 재보진 않았지만 한 2, 3분 켜져 있었던 것 같다.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저놈의 잡것이 고장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아닌 귀신에 반응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새벽에 불이 켜질 때마다 왠지 그 밑에서 귀신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 같은 환상까지 보이는 것 같았다. 오늘은 혼자 켜질락말락 거리더니 조금 전부터는 몇 번이고 혼자 꺼졌다켰다를 반복하고 있다.

어릴 때는 공포영화 보고도 무덤덤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공포영화를 보기 힘들어졌다. 밤중에 불이 안 들어오는 베란다에 나가 통돌이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낼 때마다 통 속에서 귀신이 날 노려보고 있을 것 같아 혼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빨래를 꺼낼 정도로 겁이 많아진 요즘. 밤에 저홀로 켜지는 현광등이 사실 엄청 무섭고 소름돋는다.

사람이 아닌 귀신에 반응하며 주인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현관등.
부적을 팔기 위한 무속계의 농간은 아닌지, 소비자 고발 홈페이지에 제보라도 하고 싶다.

by 遊異 | 2009/04/22 22:21 | 외계인 지구 정복기 | 트랙백 | 덧글(11)

트랙백 주소 : http://yui8471.egloos.com/tb/412009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pouty at 2009/04/22 23:32
혹, 시간차 공격..이었다든지?
(신발신고 나갔을 때 했어야 할 일을 새벽에 -_-a)

遊異님이 겁내시지만 않으시면 다 해치울 수 있을거예요!! (응?)
Commented by 遊異 at 2009/04/26 11:56
시간차가 정도껏 나가야지 몇 시간이나 지나서 일을 하는 겁니까! =ㅁ=
겁내지 않으면 문제 없겠지만, 겁이 나니 문제ㅠㅠ
Commented by 마눌님 at 2009/04/26 11:06
....혹시 불을 켜 놓은 기억을 깜빡깜빡 하는건 아닌지???!!!? ㅋ
Commented by 遊異 at 2009/04/26 11:57
말고. 현관에 나갈 때 사람 동작 감지해서 자동으로 잠깐 켜졌다 꺼지는 불.
그 불이 나는 근처에 가지도 않았는데 혼자 뭘 감지한건지 자꾸 켜진다고.
Commented at 2009/04/27 10:5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遊異 at 2009/05/18 23:54
바람에 반응할 정도로 예민한 놈이 정작 컴컴한 밤에 들어와서 신발 벗느라 밑에서 생쇼할때는 켜지지도 않는다니 말도 안 돼. 게다가 멀리서 걸어간 것도 아니고 멀리 떨어진 방에서 혼자 자고 있는데 켜진 것도 그렇고.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귀신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능.
Commented by LaJune at 2009/05/19 00:47
벌레들 때문에 센서에 이상이 생겼다!?!?!

<-- 공포를 회피하기 위한 과학적(?) 이성적(?!) 사고법.... ㅇ<-<
여튼... 저도 나이먹을수록 오히려 공포물에 약해지더라고요.
Commented by 遊異 at 2009/06/10 16:20
으음. 벌레들 같이 쪼꼼한 것에 반응하면서 저 같은 큰 덩치에 반응 안 한다는 건 있을 수 없으니 무효!
...혹시 벌레가 속에서 죽어서 회로가 미쳤다?!?!?!

공포물에 약해지는 것 뿐 아니라, 어떤 분은 30대 중반이 넘으니 바이킹도 못 타겠더라는 얘기를 하더군요. 여러 가지로 '자극'에 약해지나봐요;;
Commented by LaJune at 2009/06/10 17:42
그쵸. 벌레'에' 반응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벌레가 회로를 망가뜨린게 아닌가 하는 의미였죠.

글구... 저도 대딩때는 바이킹과 청룡열차를 탈 수 있었답니다. 지금은 후룹라이드만으로도 스릴충만.(...)
Commented at 2009/05/22 15:2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遊異 at 2009/06/10 16:18
그건 예민한 녀석이구려. 우리집 녀석은;; 아무도 없을 때는 켜지는 주제에 내가 정작 들어갈 때는 안 켜지고. 원래 30초 이내에 꺼져야 하는 물건인 듯 한데 전에 또 자고 있는데 새벽에 켜지길래 시간을 재어보니 무려 7분이나 켜져 있더이다. 뭐냐고, 진짜;;;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