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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상실의 시대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에 신고를 당했다. 둘이서 싸우고 난리가 났다는 이유였다. 그 당시 나는 혼자서 한시간이 넘도록 컴퓨터만 하고 있었는데(덧붙이자면 그 때 집에는 싸울 사람도 없었다. 생물이라고는 나 혼자였거든.), 소머즈 귀를 지녀서 마우스 소리와 키보드 소리가 둘이서 싸우는 소리로 들리셨는지, 정신이 이상해서 환청을 들으셨는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얼굴은 몰라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인데 경비실을 통해 경고를 하고 그래도 안 되면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것이 상식이 아닌가. 경찰도 바쁘시다고. 이모는 그 사람의 이상 행동에 분노하여 경찰서로 쫓아가 그 신고한 사람 누구냐, 신고자 신원은 보호하고 그것 때문에 정작 피해를 본 사람은 보호를 안 해주냐며 경찰서를 한바탕 뒤집어 놓으셨다.

그 후로 5월인가 6월인가. 다시 경찰이 찾아왔다. 처음에 신고를 당했을 때는 순진하고 멍청하게도 문을 순순히 열어줬지만 그 후로 이모는 물론, 엄마, 친구들에게까지 잔소리란 잔소리를 다 듣고 세상 무서운 걸 안 나는 그 날 무서워서 잠도 자지 못했다. (게다가 그 날은 처음 신고 당했을 때와는 달리 시간도 무려 12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그 다음날 이모는 허위신고인지 무고인지, 아무튼 그런 명목으로 나를 신고했던 사람을 다시 신고했다. 그 때는 하필이면 내가 밥 먹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쁠 때였는데, 무려 경찰서까지 불려가야했다. 내 옆에는 수갑 찬 아저씨가 앉아있었고, 형사들은 증거가 있는데 잡아떼냐면서 잡혀 온(?) 사람들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TV에서만 보던 광경이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다만 이모가 마음 약한 아이라고 신신당부를 해놔서 나를 담당한 형사만은 아주 농담도 해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게 눈에 보였다. ...난 정말 법 없이도 잘 살 사람인데, 살다보니 내 잘못이 아닌 일로 신고를 당하고 경찰서에도 다녀오고, 인생이란 정말이지. =_= 그 후로 바로 뭔가 반응이 있을 줄 알았는데, 경찰도 이런 사소한 일을 담당하기에는 너무 일이 바쁘셨는지, 그 일이 어떻게 해결됐는지 연락이 없었다.
( http://yui8471.egloos.com/4160107  <-- 이건 그 당시 적었다가 내가 보기에도 어허허;;; 싶어서 그냥 비공개해놨던 글.)

난 내가 제법 대담하다고 생각했는데 순전히 내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의외로 많이 놀랐는지 그 일을 겪은 후로 밤중에 밖에서 발자국 소리만 나면 난 빠짝 긴장해서 방의 불을 끄고(없는 척 하려고;;;;;;;;;;) 하던 일을 한순간 멈춘 채, 저 발자국 소리가 또 우리집으로 오는 소리인가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말았다. 밤만 되면 상당히 예민해진다고나 할까. 아파트에서 방음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밤에는 굉장히 소심해져 발뒤꿈치를 들고 조심조심 걷고 (그렇다고 그 전에 막 뛰어다녔다는 건 아니고.) 설거지 할 때도 물소리 날까봐 쫄쫄쫄 틀어놓고 조심조심 설거지하는 등 정말 극도로 소심한 생활을 해왔다.



오늘 아침 7시가 조금 넘은 시각. 누군가 우리집 초인종을 눌렀다. 이 꼭두새벽(난 2시에 자고 8시반에서 9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하기 때문에 7시면 한창 단잠을 자고 있을 시간이다.)에 대체 누군가 싶어 인터폰을 봤더니 사람 머리 두 개가 보였다.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고(형사들이 찾아온 후로 모르는 사람이 오면 그냥 TV 소리 끄고 없는 척 하는 버릇도 생겼다. 택배가 와도 없는 척 하고 나중에 경비실에 가서 찾곤 한다.), 잘은 안 보이지만 머리가 두 개인 걸로 봐서 교회사람인가 하는 생각에 무시하고 그냥 잤다. 9시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기에 받아보니 형사였다. 나를 신고한 사람은 아기 엄마로 딱히 나를 음해(...)하려고 신고한 것은 아니고 층간소음으로 오해가 생긴 것 같으니 나를 직접 보고 오해를 풀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했다. 아침에 나를 찾아왔는데 내가 없어서 그냥 돌아갔다고, 언제 시간이 괜찮냐는 것이었다. 그래, 아침에 왔던 사람은 아기를 안은 여자였나. 그러고보니 확실히 얼굴 하나는 작았던 것 같은 기억이. 나는 할 수 없이 9시가 넘어서 집에 오니까 9시 반쯤이면 괜찮을 것 같다고 전했다. 내 말을 들은 이모와 이모부는 알았다고 하신 후, 혼자 있을 때는 그냥 없는 척 문 열지 말라는 당부를 하셨다. 그러나 형사가 시간을 잘못 전한 건지, 그 여자가 시간을 착각한 건지 8시 반에 정확히 맞춰 나타나 벨을 대여섯번이나 누르더니 정작 오기로 한 9시 반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으음. 내일도 또 그 여자가 언제 나타날지 긴장한 하루를 보내야 하는 건가. 그나저나 가끔 아기 울음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서 옆집이나 윗집에 신혼부부가 사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 소음의 주인공이 이 여자이지 싶다. (옆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옆집에는 갓난아기가 없었으니까.) 나 역시도 사람인지라 밤중에 들리는 아기 울음소리는 짜증났지만, 돌도 안 지난 아기가 시간 가려가면서 우는 것도 아니고, 조용히 좀 하란다고 조용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부부도 밤에 애 재우느라 얼마나 힘들까하는 생각에 그냥 참았는데. 나는 그렇게 배려해줬던 사람이 조용히 살던 나를 두번이나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실이 정말 짜증스럽다. 그리고 내가 애 키우는 엄마라면 주변 사람들도 내 아이 울음소리가 시끄러운 걸 참아줬으니, 다른 집에서 떠들어도 미안해서라도 경찰에 신고는 못했을 것 같은데, 어쩜 인간이 저리 뻔뻔한가 어이가 없을 뿐이다. 게다가 나 같이 생활패턴이 다른 사람이 아닌 일반인 생활패턴이라 해도 아침 7시 20분에 남의 집을 찾아오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자고 있을지도 모르는 시간이고, 깨어있다 해도 한창 출근이니 등교니 하루 중 제일 바쁠 시간이잖아. 하긴 환청을 듣고 신고하는 걸로 봐서 육아노이로제로 제정신이 아닌 여자일지도 모르지. 애당초 이웃에서 떠들었다고 (실제로 떠들지도 않았지만) 경비실을 통하지도 않고 경찰에 신고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상식이 좀 결여된 인간이지 싶다.

(내가 좀 상식의 기준을 아주 까다롭게 세워놓은 사람이긴 하지만) 이 세상에는 상식없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 그런 사람은 보는 것만으로도 이 더운 여름에 짜증을 유발하고 직접 부딪힐 때는 사람 혈압을 오르게 하곤 한다. 점점 개인주의적인 시대가 되어간다고 하는데, 개인주의라는 건 남한테 간섭도 안 하고 피해도 안 주는 게 개인주의 아니었나. 왜 인간들이 점점 더 상식이 없어지고 남이야 피해를 보든말든 지멋대로 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건지 모르겠다. 오늘 엄마 팔에 안겨 온 그 아이만은 제발 부탁컨데, 꼭두새벽부터 남의 집 초인종 눌러 잘 자고 있던 사람을 깨우거나 좀 시끄럽다고 경찰로 신고해서 인력낭비나 하게 하는 그런 몰상식한 인간으로 자라지 않기만을 바란다.

by 遊異 | 2009/07/08 23:04 | 외계인 지구 정복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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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르메리아 at 2009/07/08 23:07
에휴, 욕 보셨네요, 진짜 이상한 사람이 다 있어요;;;
진짜 상식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고시원에 살면서 느끼는 거지만 매년마다 정도가 점점 더 강해지는 거 같습니다.
Commented by 遊異 at 2009/07/16 17:53
저도 기숙사 살 때부터 느꼈던건데, 이건 뭐. 밖에 나와보니 정도가 더 심해지더군요. =_=
어릴 때는 이런 거 몰랐는데, 참 좋은 동네에 살았던 것 같습니다;;;
Commented at 2009/07/10 10:2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遊異 at 2009/07/16 17:56
일이 꼬여서 못 봤소. 난 밤에만 시간 되는데 지는 밤에 애기 때문에 안 된다나.
딴에는 그 애기 데리고 (내가 없는 아침 나절에만) 열심히 찾아왔던 모양이에요.
그리고 이번주는 친정에 간다고 집에 없다카고. 담주 중에 오겠다는데 글쎄올시다로군요.
이모가 통화해보니 별로 사과하고 싶어하지도 않는 것 같다던데, 그렇게 줄창 오는 게 경찰이 시킨 듯.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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